현장이 밀렸는데 이 지연이 누구 책임인지를 찾고 계신가요? 공기지연의 유형은 지연을 일으킨 사유가 누구의 위험 영역에 속하는지에 따라 나뉘며, 이 분류에 따라 공기 연장을 받는지, 돈까지 받는지, 반대로 지체상금을 무는지가 결정됩니다. 지연이 며칠인지를 세는 것보다 그 지연이 어느 유형인지를 가리는 일이 먼저입니다.

이 글에서는 다음의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 지연 일수보다 유형이 먼저인 이유
- 귀책과 보상에 따른 세 가지 유형
- 국내 공사계약일반조건에서는 어떤 조문으로 나타나는가
- 동시지연(Concurrent Delay)의 처리
- 지연 유형 자가 판정 체크리스트
1. 지연 일수보다 유형이 먼저인 이유
공기지연(Construction Delay)은 계약에서 정한 준공기한보다 공사가 늦어지는 상황을 말합니다. 그런데 “지금 20일 밀렸습니다”라는 보고는 그 자체로 아무 결론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같은 20일이라도 발주처의 인허가 지연 때문이면 계약상대자는 공기 연장과 추가 비용을 받을 수 있고, 협력사 인력 투입 부족 때문이면 지체상금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연의 유형을 가리는 일은 교통사고에서 과실비율을 따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부딪혔다는 사실과 파손 정도만으로는 누가 얼마를 부담하는지가 정해지지 않습니다. 신호를 누가 어겼는지를 가려야 비로소 금액이 나옵니다.
여기에 조건이 하나 먼저 붙습니다. 주공정선(Critical Path) 위에 있지 않은 지연은 준공일을 밀지 않습니다. AACE International의 실무 지침도 지연 발생 시점에 임계 상태였던 작업이 늦어진 경우에만 전체 공기가 연장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몸으로 치면 여유공정의 지연은 팔이 조금 늦게 올라간 것이고, 주공정선의 지연은 척추가 밀린 것입니다. 여유일(Float)만 갉아먹은 지연은 유형 분류로 가기 전에 걸러집니다.
주공정선이 어떻게 도출되는지는 CPM기법 공정표와 일정관리에, 작업 간 연결이 CP를 어떻게 바꾸는지는 공정표 선후행 관계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① 그 지연이 주공정선을 밀었는가 → 아니면 준공일 영향 없음 ② 밀었다면, 누구의 위험 영역인가 → 여기서 유형이 갈린다
2. 귀책과 보상에 따른 세 가지 유형
국제 건설 실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분류는 AACE International의 권고실무 29R-03(Forensic Schedule Analysis, 2011년 개정)이 정리한 체계입니다. 지연을 면책 가능성(Excusability)과 보상 가능성(Compensability) 두 축으로 나눕니다.
면책·보상 지연 (Excusable and Compensable Delay)
발주처의 위험 영역에서 발생한 지연입니다. 계약상대자는 공기 연장과 함께 그 기간의 추가 비용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발주처 귀책의 설계 변경, 도면 승인 지연, 부지 인도 지연, 대체 불가능한 관급자재의 공급 지연이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면책·비보상 지연 (Excusable and Non-compensable Delay)
양쪽 모두의 통제를 벗어난 사유로 발생한 지연입니다. 계약상대자는 공기 연장은 받되 돈은 받지 못합니다. 태풍, 홍수, 지진, 전쟁, 전염병 같은 불가항력이 대표적입니다. 발주처도 잘못한 것이 없으므로 비용은 각자 부담하고, 대신 계약상대자에게 지체상금을 물리지도 않는 구조입니다.
비면책 지연 (Non-excusable Delay)
계약상대자의 위험 영역에서 발생한 지연입니다. 공기 연장도 없고 보상도 없으며, 준공기한을 넘기면 지체상금을 부담합니다. 인력·장비 투입 부족, 협력사 관리 실패, 시공 오류로 인한 재시공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 유형 | 누구의 위험인가 | 공기 연장 | 비용 보상 | 지체상금 |
|---|---|---|---|---|
| 면책·보상 (ECD) | 발주처 | 인정 | 인정 | 면제 |
| 면책·비보상 (END) | 어느 쪽도 아님 | 인정 | 없음 | 면제 |
| 비면책 (NND) | 계약상대자 | 불인정 | 없음 | 부담 |
29R-03이 강조하는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지연의 성격 규정은 책임 소재와 별개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 지연이 공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사실로 먼저 확정하고, 책임은 그다음에 따진다는 뜻입니다. 순서를 뒤집으면 결론을 정해 놓고 자료를 맞추게 됩니다.
3. 국내 공공공사에서는 어떤 조문으로 나타나나요
위 세 유형은 국내 공공공사에서 그대로 번역되어 쓰이지는 않지만,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공사계약일반조건」의 개별 조문으로 나뉘어 들어와 있습니다. 현재 적용되는 것은 기획재정부계약예규 제717호(2024년 9월 13일 시행)입니다.
- 제25조(지체상금) — 준공기한 내에 완성하지 못한 경우의 손해배상금. 국가계약의 공사 지체상금률은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5조 제1호에 따라 1일당 계약금액의 1,000분의 0.5이며, 지체상금의 총액은 계약금액의 30%를 넘지 못합니다. 지방자치단체 발주 공사는 지방계약법령의 지연배상금률이 별도로 적용됩니다
- 제26조(계약기간의 연장) — 계약상대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지연된 경우의 연장 신청 절차. 같은 조는 준공대가를 받기 전까지 계약금액 조정을 신청하도록 정하고 있어, 준공대가를 수령한 뒤에 청구하면 시기를 놓치게 됩니다
- 제32조(불가항력) — 태풍·홍수·그 밖의 악천후 등 계약상대자의 통제 범위를 넘는 사태. 해당 일수는 지체일수에서 제외됩니다
- 제19조(설계변경), 제47조(공사의 일시정지) — 그 자체로 연장 사유로 연결되는 조문
지체일수에서 빼주는 사유는 불가항력 외에도 여러 가지가 열거되어 있습니다.
- 태풍·홍수·악천후, 전쟁 또는 사변, 지진, 화재, 전염병, 폭동 등 통제 범위를 넘는 사태
- 대체 사용이 불가능한 중요 관급자재의 공급 지연
- 발주기관 책임으로 인한 착공 지연 또는 시공 중단
- 계약상대자의 책임이 아닌 설계변경
- 계약상대자의 부도 등으로 보증기관이 보증시공하는 경우(30일 이내)
- 원자재 수급 불균형 또는 가격 급등으로 인한 조달 지연
비용까지 받는 문제는 별도의 조문을 탑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5조·제66조는 공사기간 변경을 포함한 계약내용의 변경이 있을 때 실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하고 있고, 실비 산정의 기준과 방법은 계약예규 「정부 입찰·계약 집행기준」 제16장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장기계속공사계약을 하는 현장이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판례가 있습니다. 대법원 2018년 10월 30일 선고 2014다235189 전원합의체 판결은 총괄계약에 정한 총공사기간이 연장되었다는 이유만으로는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총괄계약의 총공사금액과 총공사기간은 각 연차별 계약을 체결하는 잠정적 기준일 뿐이므로, 조정은 연차별 계약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총공사기간 전체를 근거로 간접비를 한 번에 청구하는 방식은 이 판결 이후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보시면 됩니다.
공기 연장 여부 → 공사계약일반조건 제26조·제32조 비용 보상 여부 →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5조·제66조 (실비 범위) 지체상금 여부 → 공사계약일반조건 제25조, 시행규칙 제75조
4. 동시지연(Concurrent Delay)
가장 다투기 어려운 상황은 발주처 사유와 계약상대자 사유가 같은 기간에 겹쳐 있는 경우입니다. 이것을 동시지연이라고 합니다.
영국 건설법학회(Society of Construction Law)가 펴낸 「Delay and Disruption Protocol」 제2판(2017년 2월)은 동시지연의 성립 요건을 좁게 잡고 있습니다. 두 개 이상의 지연 사건이 같은 시점에 발생하고 그 영향도 같은 시점에 나타나야 하며, 발주처 위험 사건과 계약상대자 위험 사건이 각각 준공 지연의 실질적 원인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나가 여유공정에 있었다면 동시지연이 아닙니다.
처리 원칙은 시간과 비용이 서로 다릅니다.
- 시간 — 제2판 핵심원칙 10은 계약상대자의 지연이 발주처 지연과 동시에 발생하거나 그 영향이 겹치는 경우, 계약상대자의 동시지연이 인정될 공기 연장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 비용 — 핵심원칙 14는 다르게 봅니다. 동시지연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경우, 계약상대자는 발주처 지연으로 인한 비용을 자기 지연으로 인한 비용과 분리해 낼 수 있는 경우에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주되 돈은 입증한 만큼만 준다는 구조입니다. 다만 이 프로토콜은 영국 실무를 정리한 민간 지침이며 국내 법정 기준이 아닙니다. 국내 표준계약 조건은 동시지연을 별도 조항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실제 판단은 개별 계약서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참고 기준으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공기 연장 청구의 실제 절차와 분석 기법은 EOT Claim 공기연장과 TIA(Time Impact Analysis)에서 이어집니다.
5. 지연 유형 자가 판정 체크리스트
지연이 발생했을 때 다음 순서로 확인하면 유형이 대체로 정리됩니다.
- 지연된 작업이 발생 시점에 주공정선 위에 있었는가 — 아니라면 여유일 소진으로 기록하고 종결합니다
- 밀린 일수가 남은 여유일보다 큰가 — 여유일 안에서 흡수되면 준공일 영향이 없습니다
- 사유가 누구의 위험 영역인가 — 발주처, 계약상대자, 어느 쪽도 아님 중에서 고릅니다
- 어느 쪽도 아니라면 계약서상 불가항력 정의에 들어가는가 — 공사계약일반조건 제32조 또는 개별 계약 조항을 확인합니다
- 같은 기간에 상대방 사유의 지연이 함께 있는가 — 있다면 동시지연으로 별도 검토합니다
- 연장 신청과 조정 신청의 기한이 남아 있는가 — 준공대가 수령 전이어야 합니다
판정 결과는 사건 단위로 다음 표에 남겨 두면 나중에 근거 자료가 됩니다.
| 항목 | 기재 내용 |
|---|---|
| 사건명 / 발생일 | |
| 영향받은 작업(Activity ID) | |
| 발생 시점 CP 여부 / 잔여 여유일 | |
| 지연 일수 | |
| 위험 영역 (발주처 / 계약상대자 / 해당 없음) | |
| 판정 유형 (면책·보상 / 면책·비보상 / 비면책) | |
| 동시지연 여부 | |
| 근거 자료 (공문·회의록·사진·기준공정표) | |
| 신청 조문 / 신청일 |
프리마베라(P6)와 같은 공정관리 프로그램을 쓰는 현장이라면 사건 발생 시점의 공정표를 그때그때 별도로 저장해 두시기 바랍니다. 지연 판정은 결국 사건 당시에 그 작업이 임계 상태였는지를 다투는 일인데, 최종 공정표 하나만으로는 그 시점을 되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론
공기지연은 며칠 밀렸는지가 아니라 어느 유형인지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발주처 위험 영역이면 공기 연장과 비용 보상을 함께 받고, 불가항력이면 공기 연장만 받으며, 계약상대자 위험 영역이면 연장 없이 지체상금을 부담하는 것이 기본 구조입니다. 그 앞에 주공정선 위의 지연인지를 가리는 관문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국내 공공공사에서는 이 구조가 공사계약일반조건 제25조·제26조·제32조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5조·제66조로 나뉘어 들어와 있고, 장기계속공사계약이라면 연차별 계약을 기준으로 조정을 판단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동시지연은 시간과 비용을 분리해서 보는 것이 국제 실무의 원칙이며, 비용은 분리 입증이 되는 만큼만 인정됩니다.
지연 대응은 공문을 잘 쓰는 일이 아니라 사건이 벌어진 그 시점의 공정 상태를 남겨 두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장마나 폭염으로 인한 지연도 공기 연장이 되나요?
계약상대자의 통제 범위를 넘는 악천후로 인정되면 공사계약일반조건 제32조에 따라 지체일수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계약 시점에 예측 가능했던 통상적인 우기 일수는 이미 공기에 반영된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으므로, 평년 대비 초과분을 기상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 실무상 관건입니다.
공기 연장을 받으면 간접비도 자동으로 받나요?
아닙니다. 연장 여부와 비용 보상 여부는 다른 조문을 탑니다. 불가항력에 의한 연장은 지체상금을 면제받을 뿐 비용 보상까지 따라오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발주처 귀책의 연장이라도 실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정되므로 실제 지출을 증빙해야 합니다.
우리 잘못도 있고 발주처 잘못도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두 지연이 같은 기간에 있고 둘 다 주공정선에 영향을 주었다면 동시지연에 해당합니다. SCL 프로토콜 제2판은 이 경우 공기 연장은 줄이지 않되 비용은 발주처 지연으로 인한 부분을 분리해 입증한 만큼만 인정하는 입장입니다. 다만 국내 법정 기준은 아니므로 개별 계약서의 조항을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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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공사계약일반조건」(계약예규 제717호, 2024. 9. 13. 시행)
·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75조(지체상금률)
·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235189 전원합의체 판결
· AACE International Recommended Practice 29R-03, Forensic Schedule Analysis (2011)
· Society of Construction Law, Delay and Disruption Protocol, 2nd edition (2017)
최종 확인 2026-09-09

